고인이 오래전부터 갖기를 원했던 개인전을 안타깝지만 뒤늦게나마 유고전으로 개최합니다.

평소 품어 온 가치 기준을 포기 못한 채 계획한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생전에는 이룰 수 없었던 개인전입니다. 자신의 작품에 관해서는 어떤 타협도 못했던 그 고결함을 떠올릴 때면 작가의 동의 없는 유고전에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고인이 혼신을 기울여 이룬 작품들을 남기고 기려야 한다는 많은 분들의 뜻에 따라 전시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은 일찍이 미국 뉴욕 National Academy School, Art Student League 등에서 수학하면서 인물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키워왔고, 이후 국내에서는 김진호, 김호걸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작품 수업을 해 왔었습니다. 특히 최근까지는 김진호 선생님이 주관하는 Workshop 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 왔고, 2019년부터는 인물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여 왔습니다.

보다 집중적인 작품 활동은 수년 전 뉴욕에서 2년여에 걸쳐 New York Academy of Art, Grand Central Academy 등에서의 Workshop, 그리고 Harvey Dinnerstein이 주도한 Art Student League workshop 등을 통해서 이루어졌었고, 유고전의 상당수 작품들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도록 준비를 위해 남겨진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작가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예리함과 탁월한 미적 감각을 다시 접하고 고인을 새삼 추모합니다. 특히 작품 하나하나에 배인 저희에게 익숙한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느끼며 잠시나마 그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평생을 베풀면서 살아왔던 고인이 아직도 저희에게 베풀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끝으로 유고전을 위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유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