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어린시절 친숙하게 보아 온 조각보의 조형적 요소를 자연에서 본다. 밭과 들판은 마치 커다란 조각보를 펼쳐 놓은 것 과도 같다. 이러한 자연과의 하모니속에서 조각보에 담긴 미학적 원리로 살펴보면 몬드리안과 클레의 그림이 연상되기도 한다.

몬드리안이 추구하는 ‘우주 속의 조화’라는 개념이 조각보의 색채, 구성과 흡사하다. 조화 속의 통일, 훌륭한 구성 등에서 한국 전통적 조형세계의 기본을 보게 된다. 기하학적 순수 추상을 창시한 몬드리안은 수평과 수직으로 이루어진 면 구성에 순색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화면을 구성하여 시각 혁명을 일으켰는가 하면, 클레는 화면을 자유롭고 참신하게 구사하여 다양한 형상의 환상적 조형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몬드리안이나 클레는 계획된 기교, 계획된 선 그리고 이념이 있는 반면 조각보에 나타난 선과 면은 무계획 무기교 무이념으로 이루어진 질박하고 투박한 자연에서 분리되지 않은 흙 냄새가 나는 땅의 이미지가 짙게 배어 있다.

나의 작업에서의 조형 논리도 어떠한 형식에서 벗어나 계획 없이 선을 그어 보면서 무기교로 만들어진 색면화에 우리네들의 삶 속에서 보여지는 것들… 사람, 꽃, 과일, 구름, 나무를 열심히 관찰하면서 사실적인 이미지와 비사실적인 이미지들을 한 캠퍼스에 담아내어 자연에서 분리되지 않는 흙 냄새가 짙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