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우리나라의 미술 성인교육시스템(문화센터)은 1980년 동아일보사 문화센터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 직전까지 우리나라는 미술대학이라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에, 서울에서 미술을 공부하려는 미술학도들이 갈 수 있는 곳으로 '성북회화 연구소'와 '남산회화 연구소' 정도가 있었다. 그 곳에서 미술학도들은 유럽식의 미술수업인 소묘(dessin), 인물화(life drawing), 유화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원로 서양화가 김서봉, 이쾌대, 김숙진, 손응성, 조덕환 등은 성북회화연구소를 거쳤고, 남경숙, 나혜석, 김호걸 등은 남산회화연구소를 다녔다고 전해진다.

소묘, 데생(dessin)은 모든 조형예술의 근간이다.

위대한 건축 예술가들, 조각가들, 화가들의 모든 구상들이 데생에서 시작되어 왔다.

김호걸미술아카데미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묘와 인물화를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미대졸업생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술강좌을 지속해왔다. 프랑스 파리에는 그랑쇼미에, 미국 뉴욕에는 아트 스튜던트리그가 그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라이프드로잉, 롱드로잉 소묘와 유화 등을 원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주정부나 시에서 지원을 받아 100년넘게 운영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김호걸미술아카데미'가 그와 같은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재)김호걸미술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공간 청람재_갤러리 람에서 데생과 인물화를 공부하고 있는 회원들이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선배들과 함께 서로를 독려하는 의미로 기획되었다.

인물화를 그려본 사람은 풍경, 정물화에 대한 접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생각으로, 순수미술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오랫동안 앞서 이 길을 간 선배들과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이 서로 교류하며 성장하는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진정한 예술작품과 아이디어들은 또 다른 예술을 자극하고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