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청람전을 열며...
청람전이 어느덧 여덟 번째 전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청출어람(L:)'. 쪽에서 나온 푸른빛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이 말처럼, 청람에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제자들이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고, 마침내 스승의 경지를 넘어서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김호걸 선생님의 미술교육은 늘 '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림은 단순히 대상을 옮겨 그리는 일이 아니라,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이해하며 그 안에 숨은 생명과 질서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의 소묘와 인물 공부를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소묘는 회화의 기초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눈을 만들어가는 공부입니다.
선 하나를 긋기 위해 대상을 바라보고, 형태와 비례를 살피고, 빛과 명암을 느끼며,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쌓인 관찰의 힘은 인물화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고, 꽃과 풍경을 대하는 태도가 되며, 마침내 작가 자신의 조형언어로 이어집니다.
이번 제8회 청람전의 작품들을 바라보면 이러한 과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물과 누드, 소묘와 목탄 작업에서부터 정물과 꽃, 풍경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소재와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 바탕에는 대상을 오래 바라보고 충실하게 이해하려는 공통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정확한 형태와 탄탄한 구조가 돋보이고, 어떤 작품에서는 빛과 색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깊이 다가옵니다.
또 어떤 작품에서는 절제된 흑백의 화면 속에서 형태와 빛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한자리에 놓임으로써 오히려 김호걸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관찰과 소묘'라는 배움이 각 작가의 개성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꽃피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닮는 것이 배움의 끝은 아닐 것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람전은 단순한 회원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스승에게서 시작된 가르침이 여러 작가의 손을 거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여덟 번째 청람.
그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쌓아온 시간만큼 이번 전시에도 참여 작가들의 진지한 노력과 성장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을 마주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각자의 화면 속에 담긴 시간과 정성, 그리고 그림을 향한 마음을 함께 느껴주시기를 바랍니다.
김호걸 선생님의 가르침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고,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새로운 세계가 더욱 깊고 넓게 펼쳐지기를 기대합니다.
제8회 청람전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청람전의 여덟 번째 걸음에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청람전 회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