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7월초 본회 회원 22명은 북경 중앙 미술학원과 조선족 자치주 미술협회의 초청으로 우리민족의 수난의 발자취를 생생히 산재해 있는 상하이, 하얼빈, 연변, 장춘 등 북간도 일대와 민족의 근원지인 백두산과 천지를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작업을 통해, 그 감동을 화폭에 담아오려는 절실한 마음과 중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화단과 미술교류를 통하여, 흩어져있는 동료간의 동질성을 찾아보겠다는 소박한 뜻을 품고, 10여 개월을 광고하고 기획하여온, 30일간의 중국사생 여행을 출발하였습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한 일행은 상해와 소주, 항주, 하얼빈 등을 화폭에 담으며, 14일 만에 동북부에 위치한 조선족 자치주 연길에 도달하였습니다. 하얼빈과 연길에서 만났던 국적을 달리하여 살고 있는 많은 우리 동포들은, 우리에게 혈육의 뜨거운 정을 느끼게 해 주었으며, 그들이 몇 세대를 통해 보존해 오고 있는 전통과 생활풍속을 통해, 같은 민족의 동질성과 애환의 역사를 절감케 해주었습니다.

북간도의 마을들을 지나올 때마다, 흡사 우리의 고향 마을을 찾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설레임과 감동 속에 오른 백두산과 눈앞에 펼쳐지는 천지의 장엄한 모습 앞에서, 우리들은 숙연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감동을 충실하게 화폭에 옮겨야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이 캔버스를 메고 11일 동안을 헤메였던 백두산 산록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스케치하고 있는 천지의 건너편이 북녘땅이기에, 민족 분단의 아픔을 통감하였고, 장엄한 자연이 주는 감동과 신비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들이 보고 겪었던 이러한 감동을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긴 여정에 필요했던 우리 일행의 각종 화구들이,무려 2톤에 가까운 많은 짐이었기에 이동할 때마다, 흡사 군단의 대이동을 방불케 했습니다.

특히 하얼빈에서 연길까지 자동차로 무려 28시간이 걸리는 먼 길을 동포 실업가인 석산린 사장께서 일행의 모든 짐을 대형트럭으로 운반해 주심으로써, 깊은 동포애의 뜨거운 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번 스케치 여행 동안 언어와 생활습성이 다른 많은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관심과 친절함에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른 민족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과 새로운 감동 속에서 30일간을 먹고 자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신들린 사람들처럼 모두가 현장작업에 몰두했었습니다.

이번 행사가 목적한 대로 이루어지도록 격려하고 협력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주식회사 금성사의 이헌조 사장님, 중국 하얼빈 창녕기업의 석산린 사장님, 중국연변 조선족예술가 협회의 김영호 주석님, 임경애 교수님 외 연변의 여러 선생님들, 북경중앙미술학원 진상의 원장님 외 여러 교수님들과우리를도와주신그밖의많은분들께 감사의 뜻을전합니다.

- 1990년 전시 서문에서

 

1990년 7월 중국30일 여행이후 작업실에 보관되어있던 김호절 화백의 작품들이 3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90인생 중 풍경화가로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과 수교도 안 되었던 당시, 홍콩을 경유하면서 이런 여정의 꿈을 꾸고...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무모한 현장 풍경화가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을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어느덧 곁을 떠나시고 작품들만 남아 그 시간을 기리고 있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에 함께했던 화우분들께 감사드리고 이미 작고하신 고 김서봉선생님, 왕철수선생님, 최쌍중선생님, 남기종선생님, 최낙경선생님, 정금남선생님께 이 전시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