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정 개인전: 다섯번째

2 November - 28 December 2024

< 작가노트 >


생각해보니 나의 첫 개인전이 13년 전 오늘, 11월 2일이었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대중 앞에 선 기분이었던 그 날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시간은 그렇게 흘러 하루 하루의 그림은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가 되었다. 

그 덕분에 늙지도 젊지도 않은 중년의 나이에 어느덧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그다지 게으르게 살지는 않았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갈증이 항상 나를 따라다닌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내가 서 있는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라는 시각적 자각에서 시작된다.

내가 선택한 그 세상은 유일하게 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고, 나만의 해석이 가능한 독특한 세상의 단면이다. 

그런 자신만의 관점을 자각하고 주도적인 입장에서 화면 전체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어 화면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긴장되고 설레이는 경험이다.  

내 경우 느림의 미학으로 그려지는 유화 인물화가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불협화음들 속에서 미적인 조화로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화가의 재능이다. 

물론 내 경우.. 모든 시도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패자부활전에 도전하는 순간 만큼은 아직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아직 현역이고 계속 기꺼이 즐거운 현역일 것이다. 

 

그동안 쏟아 부은 세월 덕분에 그림이란 무엇이고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동안 또 어떤 미술적인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벌써 내 마음속에는 설레임의 잔물결이 일기 시작한다.